역사 콘텐츠, 팩트냐 픽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덕혜옹주]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2016년 8월 3일에 개봉.
손예진, 박해일 주연의 영화 덕혜옹주.
점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을 하더니, 애국심을 이용한 역사 영화가 아주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덕혜옹주는 그 열기를 식혀주고, 콘텐츠 수용자들에게 현재 트렌드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라고 생각 된다.
영화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녀인 덕혜옹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다루는데
이 영화를 보고, 개봉 후의 평이나 여론을 보고 내가 지적할 2가지의 문제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문제: 역사 콘텐츠가 제 구실을 못할 정도의 픽션을 가미하는 제작자.
엔터미디어 '덕혜옹주' 누가 이렇게 황당한 왕실 미화에 공감하는가
제작자들이 덕혜옹주의 삶을 미화시킴으로써 얻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는 대체 왜 만들어진 것일까?
메시지. 그것이 표면적인 것이든, 콘텐츠 속에서 수용자가 스스로 찾아내든,
콘텐츠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역사 영화들과 다른 덕혜옹주가 지니는 가장 큰 약점은,
수용자가 해석하고 메시지를 찾아내는데, "왜곡"된 표현들이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일제 치하,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는 단지 그 시대에,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외롭게 살다가
입국 거부는 물론 죽기 직전에,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귀국해 생을 마감했다.
"이런 아픈 역사(일제강점기)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만약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콘텐츠였다면,
제작 방향은 덕혜옹주의 귀하게 태어나 외롭게 살아간 삶.
그녀의 삶 자체를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수용자들에게 제공해줬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이렇게 왜곡할게 아니라, 다른 독립 운동가의 삶을 영화화하는게 더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본다.
공식적으로 기록 된 덕혜옹주의 독립 운동 활동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독립 운동의 구심점, 민족 해방의 희망이라는... 무리한 설정들을 붙여가면서 오버를 했는지 의문이다.
감성팔이, 국뽕을 무기로 국민들 주머니 털기라는 비판을 충분히 받을만 하다.
역사 콘텐츠의 제작자는 역사가 갖는 학문적 의미나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오로지 감동만을 위한 픽션의 가미는 팩트가 갖는 의미를 반드시 퇴색시킨다.
두 번째 문제: 콘텐츠에 대해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으로 믿는 수용자.
수용자는 무엇이든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역사라도 돈이 되는 역사만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실제 덕혜옹주의 삶은 제 3자가 봤을 때 돈이 되는 역사는 아니고,
이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많은 왜곡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뭐... 왜곡 여부를 떠나 아예 왜곡된 스토리와 연출만 보면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고, 등장 인물간의 조화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살을 잘 붙이고, 아름답게, 돈이 될 것 같이 꾸민 것이
요즘 같이 역사나 팩트를 점차 중시하는 흐름에, 그리고 이미 이런 것들에 질려할 타이밍에
또 비슷한 콘텐츠를 내버린 것은 수용자, 즉 시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본다.
(물론, 제작에 들어갔을 때 쯤은 한창 뜨거웠을 테니... 이것 또한 콘텐츠 제작자가 갖춰야할 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역사 왜곡 스토리가 돈이 되는 스토리였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헤럴드경제 ‘덕혜옹주’ 관객 500만 돌파...10억 투자한 손예진 ‘대박’ 행진 본격화
뭐 물론... 이런 영화를 보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눈여겨 보면서
실제로 덕혜옹주의 삶은 어땠나? 무엇이 팩트인가? 왜 비판이 많은가?
찾아보고, 이렇게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준 것에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비판 여론을 보아하니
이런 콘텐츠를 맹목적으로 믿는 수용자들의 수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 하지만,
앞으로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털어가는 콘텐츠는 아예 기획조차 못 되도록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날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