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모든 직장인들의 답이 없는, 영원한 고민이자 숙제일 것이다.
흔한 대한민국의 직장 내 식사문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직장에서는 팀 단위로, 다같이 밥을 먹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저 물음으로 시작해서, 모두의 시선은 막내에게로 향한다.
그럼 막내는 제안해야한다. 무엇을 먹을지.
그것이 막내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점심먹는걸 즐기는 누군가는 제안해야한다.
아니, 그냥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본인이 아닌 누군가가 제안하기를 바라고, 의지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고민을 남에게 전가하는걸까? 그냥 묻지 않고 뭘 먹으러 가자고 먼저 제안을 하면 안되나? 먹고 싶은게 없나?'
우리나라는 이상한 장유유서 문화 덕택에, 다같이 식사를 하러 나갈라치면,
모두가 뭐 먹을지 묻고 또 물으며, 우여곡절 끝에 하나를 정하고 식당에 가면 뭘 어떻게 주문할지 보다 잡담이 우선이고
반찬 리필이나 식사 후 결제는 "눈치 싸움"이기 때문에
나이가 적은 사람, 직급이 낮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 또는 직급이 높은 사람의 메뉴도 고민해주고,
주문도 해주고, 수저도 정갈하게 놓아주고, 반찬 모자른 것도 눈치 껏 주문해주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자원해서 일단 선결제 후, 현금을 받아 잔돈도 거슬러주거나 입금해주세요~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 사람들은 좋아한다, 만족스러워 한다.
본인의 귀찮고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니까.
그것이 비록 의무도 아니고 그 누구도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센스있는 사람으로 평가절상이 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센스없는 사람으로 평가절하가 되어버리는 문화.
나는 왜 다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조직, 팀의 단합을 위해서?
내 생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조직의 단합을 위해 진짜로 필요한 것은 다같이 점심을 먹는게 아니라,
조직원 모두에게 명확하게 공유된, 평등과 공정한 절차와 제도다.
풀어 얘기하면 다같이 먹는게 옳지 못하고, 다같이 먹는 것에 문제제기하는 아니라
내가 메뉴를 정하고 결제를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나만(막내 or 능동적인 누군가) 하는게 진짜 문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것 같다.
"원래 그랬으니까"
혹자는 그런 걸 보고 "피해의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럴 수도 있다. 그게 뭐 별거라고 거기에 이렇게 분을 삭히나?
설사 피해의식이라고 해도 저런 식사 문화가 한 명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떠넘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리더는 모든 절차에서 그 누구도 공정하지 않다라는 의심을 없애줄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 한다.
다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 조직의 단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 공정하진 않은지, 불평등하다고 누구라도 느끼진 않을지 관찰하고 살펴보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최근의 우리나라도 몇몇 젊은 회사들은 점심을 간소화해서, 개별적으로 먹는 문화가 번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가 점점 우리나라로 이식되어감에 따라,
신생 조직의 리더들은 단체식사문화가 조직의 단합과 관계 없다고 깨닫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소망은 이런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빠르게 퍼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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