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유감 25

악의 평범성과 다원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악"은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은 평범하다. 악이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음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만약 누군가 "악"이라 판단되는 무엇을 발견했다면, 공론화시키고 합의점을 찾아서 더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문제는 공론화시키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과격함,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거나 요즘의 남녀갈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 정치적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대체 왜 사회의 변화는 항상 폭력 투쟁을 수반하는가? 공동체가 과격한 과정 없이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공동체가 어떤 쟁점으로부터 ..

일상유감 2020.01.02

차이점

간만에 블로그에 접속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더불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했다.엔딩을 2개나 봐버렸으니~ 다시 글을 써야겠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있는 드라마가 있다. 조승우와 이동욱 주연의 "라이프"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의사와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는 CEO의 대비를 통해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조금씩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상국대병원 안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선", 공공성 이면에 숨겨진 폐쇄성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가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고 돈을 추구하는 것은 "악"이라고 규정하는 고정관념도 다시 되돌아보게끔 한다.이노을과 구승효의 대화에서는 도덕감정론에서 다룬다고 알고 있는... "의도"와 "결과" 둘 중 어디에서 도덕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한 개인을..

일상유감 2018.09.05

돈 걱정

지난 해? 지지난 해? 사주를 봤던 기억이 있다. 30대부터 나는 돈 걱정하지 않고 살 거라고 했었다.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1. 돈을 많이 갖게 될 것이다. 2. 많은 돈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그 당시의 나는 당연히 1번의 의미로 해석하였지만, 지금와 다시 생각해보면 2번의 의미가 맞았던 것 같다. 사주를 보고나서 철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자본주의라는 세상을 똑바로 마주했을 때의 깨달음.우리가 돈에 의해 고통 받는 이유. 지금의 구조적인 문제를 구조에 속한 한 개인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의 선택.나는 이제 더 이상 많은 돈이 필요치 않다.나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으면서, 나의 사상과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일상유감 2018.05.27

빈 버스

길을 걷다가 도로에 광역버스가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의미가 있는 일을 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언제는 만원 버스를 운행할 때도 있고, 언제는 텅 빈 버스를 운행할 때도 있겠지. 가끔은 텅 빈 버스를 운행하면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유를 부리는 것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유감 2018.04.15

연봉

회사에 들어온지 아직 1개월도 안됐지만, 조금씩 회사의 분위기나 라인들이 눈에 잡히기 시작한다.엊그제는 차장급들 모이는데 팀장님이 불러줘서 함께할 수 있었다. 연봉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들 불만인 듯 싶었다.다들 얼마씩 받고 일하는 걸까?내가 받는 돈은 내 생활에만 문제 없이, 나만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만 왜 남이 얼마씩 받으며, 내가 그들보다 적게 받을 경우 만족할 수 없는 것일지... 사람이란게 역시 참 간사하다.단지 적은 액수를 받는 것이 문제일까? 적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 나보다 많은 액수를 받고 있다는 불안이 문제일까?노동에 의한 대가는 자신의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삶을 연장한다에는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일상유감 2018.04.13

펜스룰, 남자가 봐도 참 졸렬하다.

펜스룰 실시간 검색어에 "펜스룰"이라는 것이 떠서 무엇인가 찾아봤더니, 미국의 마이클 펜스 부통령의 말에서 따온 최근 미투 운동에 대처하기 위한 법칙이다. '아내 외 다른 여자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꽤 명확한 해결책으로 들린다.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무죄 추정의 법칙 보다도 가해자의 진술에 의지하여 성폭력 혐의가 있는 자들은 사회에서 매장시켜버리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남성들의 발버둥이리라. 명확하고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며, 과거 남성들의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야한 동영상 시청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만큼 우스운 해결책이다. 사회 존속을 위해 남성과 여성은 공존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존 할 수 없..

일상유감 2018.03.07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 평창올림픽

곧 평창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북한의 핵 위협이 작년부터 계속돼오던 와중에 이번 남북단일팀 이슈는 대화의 시작인지 북한에게 이용당하는 것인지로 곳곳에서 논란이 크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주제에 관한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의 대립은 매우 첨예함을 느낄 수 있었다.남북단일팀. 이것은 왜 문제가 되는가?북한 측에서 우리 올림픽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북한의 선전을 도와주는 것이며, 단일팀 형성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다,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이유들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반면에 그것은 선전이 아니라 국제적인 평화를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의무이며 아이스하키 팀의 출전권은 개최국이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고 애초에 메달권도 아니었기 때문에 단일팀 형성이 ..

일상유감 2018.01.28

동성애에 대한 단상.

까칠남녀에서 동성애자들이 출연했고, 폐지까지 논의가 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명색의 교육방송에서 아이들에게 동성애라는 이상한 개념(?)을 학습시킨다, 악영향(?)을 끼친다는 학부모들의 반대 주장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약자를 우선으로 하는 정의관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거나 그 동안 소외되고 배척되어 왔던 집단에 대한 기득권의 폭력을 그 배경을 "무지"로 판단하고 "악"으로 상정하여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논란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동성애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다양성이란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고, 꼰대라서 격렬히 반대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할 때, 그 사안에 대해서..

일상유감 2018.01.24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10월 30일, 배우 김주혁 씨가 차량 전복 사고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큰 구설수 없이 꾸준히 사랑 받아온 배우였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란듯 합니다. SNS 상에서는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가 잇따라 올라왔고, 이런 저런 이슈들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가수 선미 씨가 올린 국화 사진에 컬투 정찬우 씨가 무심코 "꽃이 예쁘네"라고 올린 것에 대한 이슈. 두 번째는 배우 유아인 씨가 올린 추모글에 대한 이슈. 왜 이런 것들은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에 익숙하죠. 익히 알고 다수가 그렇다고 여기는 것은 "옳은 것" 아닌 것은 "틀린 것"입니다. "다른 것"에 익숙..

일상유감 2017.11.01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 하지 말자!

알쓸신잡이 시즌 2로 다시 돌아와서 정말 반갑게 시청했습니다. 지대넓얕 애청자로서 공중파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진출을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다는 것은 제게도 기쁜일입니다. 지대넓얕도 시즌2로 어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건축가가 새롭게 패널로 들어오면서 대화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건축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웠는데 특히나 뻗쳐 올라간 처마, 추녀 이야기는 일전에 어디선가 들어 본듯 했는데 다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건축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환이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인간이 진화를 시작하게 된 것부터, 모든 역사가 "문제 해결"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계급 투쟁의 역사라고 설명한 것도 인상적이긴 하지만 계급간 투쟁의 원인은 각 계급이 당면한 문제를 해..

일상유감 2017.10.29

사람을 물어 죽인 개는 죽여도 마땅한가?

얼마전 한일관 대표가 가수 최시원 씨 가족이 기르는 개에게 물리고, 이후 감염으로 세상을 떠난 사고가 있었습니다. 여론은 뜨겁습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은 안락사해도 마땅하다 vs 그들도 생명이다. 함부로 죽여선 안된다. 나는 후자에 찬성하는 쪽입니다. 해당 사안의 문제는 사람을 문 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사람을 물어와도 강하게 교육을 시키지 않은 주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이든 위험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최근의 영화 범죄도시에서도 등장했던 장면들을 떠올려 봅니다. 소화기, 식칼 등... 평상 시에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위험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개를 물건에 비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교육을 잘 시켜왔다면 ..

일상유감 2017.10.26

갑질

갑질 얼마 전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수영장에는 탈의실과 샤워실 등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3분이서 교대로 근무를 하시는 듯 하다. 한 번은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40대 정도로 되어보이는 어떤 분께서 관리해주시는 분에게 짜증섞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아저씨, 아까 실수하신거에요."옷을 갈아입으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충 스토리는 이러했다.다른 손님이 락커 키를 잃어버렸고, 락커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관리해주시는 분이 마스터키로 이곳저곳 락커를 열고 닫으면서 확인을 해봤었나 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락커가 자신의 동의 없이 열렸다는데에서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갔다가 수영을 하면서 뭔가 컴플레인 할 내용을 생각해보다가 나와서 얘기하는 듯 했다. 음, 충분히..

일상유감 2017.09.26

훌륭한 인생

훌륭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일반적으로 훌륭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을 위인이라고 일컫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간단히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위인들은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듯 하다.1. 다수 타인들의 행복을 추구하였는가 2.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였는가각각의 방향에는 한 가지씩 전제를 덧 붙이곤 한다.1-1. 자신을 희생하였는가 2-1.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타인은 신경쓰지 않았는가.그러나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은 이렇게 간단히 나눠지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위인들은 다수 타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행복감도 함께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남을 도움으로써,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거나 혹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다보니 희생도 하게 되고 타인들의 행복을 위하게 됐다..

일상유감 2017.07.13

부탁

살다보면 의도치 않게 남에게 부탁을 해야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딱히 누군가에게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또한 불편하다.아는 지인에게 부탁을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봉착했을때 부탁을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모자란 사람(소위 "호구") 취급을 하는 사회 분위기는 더욱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최근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는가? 그 부탁이 정말로 내게 반드시 필요한 부탁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대개 그렇지 않을 것이다.순수한 선의를 담지 않은... 즉 절실하지 않은 부탁은 단지 본인의 편의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상호간에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절실하지 않은 도움을..

일상유감 2017.07.11

글쓰기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히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왜 가면 갈수록 게을러지는지 스스로가 너무나 답답하다.유럽여행 소감 정리도 해야하는데... 더 부지런해지자.-우리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산업화 이후 분업이 자연스러워 지면서 내가 투자하는 노동력의 결과물. 즉 상품은 온전히 나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몇 명의 장인들, 전문직 종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투자한 노동력과 시간을 100% 보상받는 사람들은 요즘 시대에 거의 없는 것 같다.나 역시 마찬가지다.아마 어떤 직장을 들어가도 나는 나를 위한 노동력과 시간을 쏟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다.열정이라는 핑계로 야근을 하고, 밤을 지새워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기획서를 쓴다. 광고..

일상유감 201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