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얼마 전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영장에는 탈의실과 샤워실 등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3분이서 교대로 근무를 하시는 듯 하다.
한 번은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40대 정도로 되어보이는 어떤 분께서 관리해주시는 분에게 짜증섞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저씨, 아까 실수하신거에요."
옷을 갈아입으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충 스토리는 이러했다.
다른 손님이 락커 키를 잃어버렸고, 락커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관리해주시는 분이 마스터키로 이곳저곳 락커를 열고 닫으면서 확인을 해봤었나 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락커가 자신의 동의 없이 열렸다는데에서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갔다가 수영을 하면서 뭔가 컴플레인 할 내용을 생각해보다가 나와서 얘기하는 듯 했다.
음, 충분히 기분이 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당연하게도 관리자 아저씨는 낮은 자세로 거듭 사과를 했다. "예, 예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첫 마디는 나름 점잖았던(?) 그 아저씨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아저씨, 락커 사용자 동의도 없이 마스터키 있다고 막 열어도 되는거에요? 제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아세요? 그거 없어졌다고 하면 책임지실거에요? 여기 CCTV도 없는데 어쩌실려고 막 여신거에요?"
"예, 예 죄송합니다... 잠깐씩 확인만 한다는게..."
이런 식으로 핑퐁이 계속 됐다. 고발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수영장 책임자 통해서 공식적으로 항의하겠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사람들이 쳐다봤다. 관리자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갑질이 생각났다. 이것은 갑질인가?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요구한다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그냥 상황만 놓고 본다면...
관리자 아저씨는 동의 없이 락커문을 막 열었던 것에는 충분히 죄송하다고 말을 했다.
그리곤 귀중품 분실이 발생했을 경우를 미리 "가정"하여 질타를 했다. 그러나 귀중품 분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향후 관리자가 락커 주인의 동의 없이 문을 여는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에서 거는 컴플레인이라면
그 관리자가 그 자리에서 기분이 상할 정도로 억압받아야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어떤 문제 상황을 겪었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봐야 한다. 화를 내야할 사항과 불만만을 제기해야할 것.
주인의 동의 없이 문을 연 것은 관리자의 잘못이고 충분히 화를 낼 수 있겠지만
분실물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분실될 것을 미리 가정해서, 관리자에게 질타와 폭언을 퍼붓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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