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유감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 하지 말자!

BlueBurner 2017. 10. 29. 22:31

 알쓸신잡이 시즌 2로 다시 돌아와서 정말 반갑게 시청했습니다. 지대넓얕 애청자로서 공중파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진출을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다는 것은 제게도 기쁜일입니다. 지대넓얕도 시즌2로 어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건축가가 새롭게 패널로 들어오면서 대화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건축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웠는데 특히나 뻗쳐 올라간 처마, 추녀 이야기는 일전에 어디선가 들어 본듯 했는데 다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건축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환이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인간이 진화를 시작하게 된 것부터, 모든 역사가 "문제 해결"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계급 투쟁의 역사라고 설명한 것도 인상적이긴 하지만 계급간 투쟁의 원인은 각 계급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계급을 억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쟁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도 인간 역사나 문명의 일부분으로써 그것의 디자인이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태어나는 것은 정말 딱 맞는 말이라고 동감했습니다.

 촬영지가 안동이었기 때문에 서애 류성룡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고, 유시민 선생님의 짤막한 강의?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소회로 패널 중 뇌과학자가 한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Combination. 친구와 함께 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예시를 들어주면서 인간이 한 개인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타인과 조화, 융합될 때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뇌과학적으로도 누군가의 응원, 칭찬, 믿음이 뇌 기능 발휘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요. 팍 꽂히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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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휴식 겸...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첫 1개월은 그야말로 띵가띵가. 2개월은 눈수술한다고 띵가띵가. 3~5개월은 영어 공부 깔짝... 자격증 공부 깔짝... 수영이랑 헬스 깔짝... 역사 공부 조금... 그리고 6개월 째에는 유럽 여행가서 띵가띵가. 7개월 째에는 국회에서 보좌관 좀 해본다고 깔짝 기웃거려 봤다가... 8~9개월 째 영어 공부 다시 조금... 수영이랑 헬스는 조금 바짝... 그리곤 10개월 째 베트남 여행가서 띵가띵가. 

 음, 다시 돌이켜보니 그래도 뭔가 발전적이긴 합니다. 여행도 유럽때보단 베트남에서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고, 헬스도 몸이 훨씬 좋아졌고... 신체 균형이나 운동 자세도 잡았고, 수영 실력도 많이 늘었으며 역사도 조금은 알게 됐으니... 문제는 영어가 조금 속도가 더디다는 건데... 여하튼! 중요한 것은 시간이 조금 장기화 되면서 부모님에게서 받는 눈초리같은 것들이 신경쓰인다는 것입니다. 벌어둔 돈으로 용돈 안타고 내 할 것 스스로 하면 집에 들어와서 부모님하고 같이 시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좀 착오 였던 것 같습니다. 역시 붙어 있는 시간이 많으면 갈등도 잦아집니다. 싫은 소리는 안하지만 주변의 지인들의 아들들이 결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버지께서도 속이 많이 타들어가시는 모양입니다. 빨리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당신도 은퇴 후 편안히 노후를 보내고 싶으신가 봅니다. 근데 사실 저는 제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과 아버지가 노후를 보내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전혀 이해는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돈 한푼 안 받아 쓰는데?

 문제는 좀 더 멀쩡한 직장으로 옮기고자 하는 저의 도전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태도입니다. 호기롭게 도전하려고 집으로 들어왔으나 부모님, 특히 아버지로부터 제가 받고 있는 영향. 이것은 믿음이나 응원과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됩니다. 가끔 아버지의 언행을 보고 있자면 저의 실패를 바라고 계신 것은 아닌지까지 생각이 될 정도입니다. "네 까짓게 대기업, 공기업은 무슨..." 마치 이런 뉘앙스죠.

 조금 무서워 집니다. 진짜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진짜 실패했을 때 아버진 날 어떻게 볼까? "그럼 그렇지..." 이런 시선과 생각을 받을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보면 앞에서 아버지의 은퇴, 노후와 나의 취업이나 결혼 등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곤 했으나, 사실은 본능적으로 이미 상관을 맺고 있는 모양입니다. 상관을 맺고 있지 않다면, 아버지가 제게 그런 생각을 갖고 있거나 무엇을 바라든 제가 진심으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죠.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냥 10개월 잘 놀았다 치고, 도전이고 나발이고 그냥저냥 아무 회사나 다시 들어갈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듭니다. 뭐... 직장이나 노동을 대하는 의식이 그 전과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에, 지난 4년간의 직장생활 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런 식으로 본인이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 것, 도전하지 않는 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합리화 하려한다는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그 실패도 결국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누군가의 실망, 평가 등도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임을. 사실 인생에서 이렇게 뭔가 스스로 성취하고자 했던 게 얼마나 있었는지?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도전 자체를 평생할 수 없음을. 내 인생을 남의 평가가 두려워서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 임을. 나는 대체 무슨 배부른 기대와 망상 따위를 하고 있는가. 대체 누구로부터의 응원이나 어떤 기대를 받고자 하는 것인가? 나의 실패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려고도 하면 안 되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무 응원도 지원도 안해줬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야" 이것은 정말 너무나 졸렬한 변명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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