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유감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BlueBurner 2017. 11. 1. 00:16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10월 30일, 배우 김주혁 씨가 차량 전복 사고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큰 구설수 없이 꾸준히 사랑 받아온 배우였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란듯 합니다. SNS 상에서는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가 잇따라 올라왔고, 이런 저런 이슈들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가수 선미 씨가 올린 국화 사진에 컬투 정찬우 씨가 무심코 "꽃이 예쁘네"라고 올린 것에 대한 이슈. 두 번째는 배우 유아인 씨가 올린 추모글에 대한 이슈. 왜 이런 것들은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에 익숙하죠. 익히 알고 다수가 그렇다고 여기는 것은 "옳은 것" 아닌 것은 "틀린 것"입니다. "다른 것"에 익숙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면 "틀린 것"이라는 범주에 넣어서만 생각하는 듯 합니다. 게다가 감정적입니다. 상대를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분까지 나빠합니다. 화를 냅니다. 특히나 슬프거나 잔혹한, 자극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무섭습니다.

 SNS상에서 계속 이런 갈등이 조장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타인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동료 연예인들은 추모글을 SNS에 올리는 걸까요? 우리는 판단합니다. 1. SNS에서 추모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 이렇게 판단하면 추모글은 수단이 됩니다. 자신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면서 화가 납니다. 2. 정말 슬프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하면 1번처럼 생각한 사람들의 비판이 불편합니다. 왜 별것도 아닌걸로 시비인지. 화가 납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이슈화 시키면서 더 넓은 범위로 반복됩니다. 

 예전에 한 대선 후보가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한 의도라고 가정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당시에 워낙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해서 뭇매를 맏고 꽤 주목받는 인터뷰 자리에서 열심히 해명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이번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의도를 알 수 없는데 비난,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인거죠. 비판하기에 앞서 질문을 하는게 사실 맞는 순서라는 겁니다. 생각이 없다면 비판할 생각도 안들 것이며 나쁘다고 미리 상정했기 때문에 불편해지는 것이며 그때는 대화가 어렵습니다. 우선은 선한 의도라는 것을 가정해놓고 질문을 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정찬우 씨에게는 왜 그런 댓글을 남긴건지 물어야 합니다. 유아인 씨의 추모글이 불편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의도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비난 댓글을 남기기 전에.

 물으면 당연히 본인은 추모를 수단으로써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진짜로 슬퍼서 올린 글이라고 할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범죄가 아닌 이상... 이것에 대해서 타인인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는데 어쩝니까. 믿어야죠. "의도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숙고하고,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이분법적인 사고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고, 불편함도 조금은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관용의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