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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 윤리의 출발점

영화 조커는 개봉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를 워낙 재밌게 봤던지라, 조커의 예고편을 처음 유튜브에서 봤을 때부터 기대했다. 거기다 주연이 Her의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라니! 기대는 배가 됐다. 영화는 빈민가에서 광대 일을 하던 아서 플렉이라는 남성이 어떻게 최악의 범죄자 조커가 되어가는지를 그린다. 물론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웃으면서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당신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아" 식의 대사를 던질 때, 살인을 저지르고 춤사위에 빠질 때,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출 때, 토크쇼에 첫 등장하며 상상으로 연습하던 등장을 실현할 때, 진행자와 대담을 나눌 때, 마지막 엔딩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다. "농담"은 대화의 상대..

영화 이야기 2020.01.08

악의 평범성과 다원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악"은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은 평범하다. 악이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음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만약 누군가 "악"이라 판단되는 무엇을 발견했다면, 공론화시키고 합의점을 찾아서 더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문제는 공론화시키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과격함,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거나 요즘의 남녀갈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 정치적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대체 왜 사회의 변화는 항상 폭력 투쟁을 수반하는가? 공동체가 과격한 과정 없이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공동체가 어떤 쟁점으로부터 ..

일상유감 2020.01.02

마약왕, 나르코스, 욕심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자신의 본질에 가까워질뿐.-1월 1일. 해넘이를 보고 영화관을 찾았다. 끌리는 영화가 많지 않았지만 송강호, 배두나, 조정석 주연이라는 캐스팅에 이끌려 마약왕을 예매했다.캐스팅 외에도 최근 넷플릭스에서 '나르코스'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있었기 때문에 마약이라는 주제도 중요 선택 요인이었다.이두삼이라는 부산과 일본을 무대로 한, 실존했던 마약밀매상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였다.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에 그토록 파란만장한 한 사람의 인생을 담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던듯하다.마약 밀매로의 전환, 매매만 하던 마약에 손을 대는 계기 등은 표현이 되었지만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와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은 표현이 부족했다. 금사빠도 아니고!아무리 자본주의라도 분명히 세..

영화 이야기 2019.01.01

차이점

간만에 블로그에 접속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더불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했다.엔딩을 2개나 봐버렸으니~ 다시 글을 써야겠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있는 드라마가 있다. 조승우와 이동욱 주연의 "라이프"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의사와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는 CEO의 대비를 통해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조금씩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상국대병원 안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선", 공공성 이면에 숨겨진 폐쇄성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가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고 돈을 추구하는 것은 "악"이라고 규정하는 고정관념도 다시 되돌아보게끔 한다.이노을과 구승효의 대화에서는 도덕감정론에서 다룬다고 알고 있는... "의도"와 "결과" 둘 중 어디에서 도덕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한 개인을..

일상유감 2018.09.05

돈 걱정

지난 해? 지지난 해? 사주를 봤던 기억이 있다. 30대부터 나는 돈 걱정하지 않고 살 거라고 했었다.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1. 돈을 많이 갖게 될 것이다. 2. 많은 돈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그 당시의 나는 당연히 1번의 의미로 해석하였지만, 지금와 다시 생각해보면 2번의 의미가 맞았던 것 같다. 사주를 보고나서 철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자본주의라는 세상을 똑바로 마주했을 때의 깨달음.우리가 돈에 의해 고통 받는 이유. 지금의 구조적인 문제를 구조에 속한 한 개인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의 선택.나는 이제 더 이상 많은 돈이 필요치 않다.나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으면서, 나의 사상과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일상유감 2018.05.27

빈 버스

길을 걷다가 도로에 광역버스가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의미가 있는 일을 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언제는 만원 버스를 운행할 때도 있고, 언제는 텅 빈 버스를 운행할 때도 있겠지. 가끔은 텅 빈 버스를 운행하면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유를 부리는 것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유감 2018.04.15

연봉

회사에 들어온지 아직 1개월도 안됐지만, 조금씩 회사의 분위기나 라인들이 눈에 잡히기 시작한다.엊그제는 차장급들 모이는데 팀장님이 불러줘서 함께할 수 있었다. 연봉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들 불만인 듯 싶었다.다들 얼마씩 받고 일하는 걸까?내가 받는 돈은 내 생활에만 문제 없이, 나만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만 왜 남이 얼마씩 받으며, 내가 그들보다 적게 받을 경우 만족할 수 없는 것일지... 사람이란게 역시 참 간사하다.단지 적은 액수를 받는 것이 문제일까? 적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 나보다 많은 액수를 받고 있다는 불안이 문제일까?노동에 의한 대가는 자신의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삶을 연장한다에는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일상유감 2018.04.13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클리어.

지난 주말,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서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을 클리어했다. 나는 비디오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왜냐하면 간접 경험을 가장 생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나는 평생 가보지 못할 정글을 탐험하기도 하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 숨겨진 보물들을 발굴하고, 도시의 영웅이 되어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한다.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독서와 영화 감상이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불친절하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텍스트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워야 한다. 이것은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큰 단점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감상은 또 어떤가? 일방적인 시청을 통한 간접 ..

게임 이야기 2018.04.09

펜스룰, 남자가 봐도 참 졸렬하다.

펜스룰 실시간 검색어에 "펜스룰"이라는 것이 떠서 무엇인가 찾아봤더니, 미국의 마이클 펜스 부통령의 말에서 따온 최근 미투 운동에 대처하기 위한 법칙이다. '아내 외 다른 여자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꽤 명확한 해결책으로 들린다.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무죄 추정의 법칙 보다도 가해자의 진술에 의지하여 성폭력 혐의가 있는 자들은 사회에서 매장시켜버리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남성들의 발버둥이리라. 명확하고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며, 과거 남성들의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야한 동영상 시청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만큼 우스운 해결책이다. 사회 존속을 위해 남성과 여성은 공존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존 할 수 없..

일상유감 2018.03.07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 평창올림픽

곧 평창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북한의 핵 위협이 작년부터 계속돼오던 와중에 이번 남북단일팀 이슈는 대화의 시작인지 북한에게 이용당하는 것인지로 곳곳에서 논란이 크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주제에 관한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의 대립은 매우 첨예함을 느낄 수 있었다.남북단일팀. 이것은 왜 문제가 되는가?북한 측에서 우리 올림픽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북한의 선전을 도와주는 것이며, 단일팀 형성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다,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이유들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반면에 그것은 선전이 아니라 국제적인 평화를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의무이며 아이스하키 팀의 출전권은 개최국이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고 애초에 메달권도 아니었기 때문에 단일팀 형성이 ..

일상유감 2018.01.28

동성애에 대한 단상.

까칠남녀에서 동성애자들이 출연했고, 폐지까지 논의가 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명색의 교육방송에서 아이들에게 동성애라는 이상한 개념(?)을 학습시킨다, 악영향(?)을 끼친다는 학부모들의 반대 주장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약자를 우선으로 하는 정의관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거나 그 동안 소외되고 배척되어 왔던 집단에 대한 기득권의 폭력을 그 배경을 "무지"로 판단하고 "악"으로 상정하여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논란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동성애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다양성이란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고, 꼰대라서 격렬히 반대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할 때, 그 사안에 대해서..

일상유감 2018.01.24

데이터분석준전문가(ADsP) 독학 합격 후기

8월부터 토익 800점 이상 취득을 목표로 토목달 800+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또 나를 과신했다. 그래서 9월 2일에 14회 시험을 보려고 했었다. 시간이야 많으니까 낮에 토익하고 저녁에 2~3시간 씩 한달 공부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유럽 여행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어떤 과업이든 거기에 투여되는 시간과 돈은 나의 예상치를 항상 뛰어넘는다. 넘지 않는 경우는? 그냥 운이 좋은것 뿐이다. 이 버릇을 고쳐야 한다... 나는 나를 너무 믿는다...ㅠㅠ두 개를 동시에 준비하다가 중간에 안되겠다 싶어 14회 시험 접수를 취소했다. 다행히 접수비는 환불이 가능했다. 토익에 집중을 해보려 했으나... 웬걸... 아침 수영에 낮엔 헬스하고 공부가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식+ 2017.12.31

사회조사분석사 2급, 필답형/작업형 독학 합격 후기

3월부터 수영도 시작하고, 정신을 차려 공부를 좀 해보자 싶어서 6월 내에 첫 토익 700점 이상+한국사+사조사2급 필기 3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목표로 정했었다. 공부하면서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체감하였고, 그 시간은 "공부"만 하며 책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나 주변인으로부터 느끼는 눈치, 기대감 등의 압박과 부담과도 싸워야 함을 느꼈다. 2년 이상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수험생활이라는 것은 정말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5월 18일에 필기시험 합격을 확인하고 5월 27일에 한국사 시험을 치뤘으며 5월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유럽을 2주 갔다왔었다.그래서 6월 1일 스위스 숙소에서 와이파이로 필답형 접수를 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추억이 됐네.그렇게 여행을 즐기고, 6월 14일에 ..

지식+ 2017.12.31

강제와 선택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다가, 부의 창출에 흥미가 생겨 영화 몇 편을 봤다."작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한탕 주의, 자본주의의 폐해, 돈 보다도 귀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영화에서 전달받은 메시지는 비슷하다. 두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 공통분모를 가지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을 기록해두고자 한다.장면 1.룸싸롱에서 접대부에게 돈 200만원을 보여주며, 얼음 통에 양주를 가득 붓는다. 그리고 이 술을 다 마시면 2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고통스럽게 술을 마신다.이 모습을 보면서 "개미"를 대표하는 주인공은 꼭지가 돌아 돈을 대가로 술을 마시게 하는 남자를 폭행한다. 맞는 남자는 이 여자가 선택한 것이라고 하고 주인공은 그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 강제라고 한다.장면 2.투자 회..

영화 이야기 2017.12.26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SNS 상에서의 추모는 왜 비판 받는가? 10월 30일, 배우 김주혁 씨가 차량 전복 사고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큰 구설수 없이 꾸준히 사랑 받아온 배우였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란듯 합니다. SNS 상에서는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가 잇따라 올라왔고, 이런 저런 이슈들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가수 선미 씨가 올린 국화 사진에 컬투 정찬우 씨가 무심코 "꽃이 예쁘네"라고 올린 것에 대한 이슈. 두 번째는 배우 유아인 씨가 올린 추모글에 대한 이슈. 왜 이런 것들은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에 익숙하죠. 익히 알고 다수가 그렇다고 여기는 것은 "옳은 것" 아닌 것은 "틀린 것"입니다. "다른 것"에 익숙..

일상유감 201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