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 영장 기각. 조의연 판사도 사람이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구속되는가 싶었더니, 역시나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기각 판결을 내린 판사는 "조의연" 부장 판사라고 한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으나 액면가는 많아보이지 않는다.
검찰에서 구속 영장을 청구한 직후, 여론은 들끓었다.
야권: 구속해서 재벌 개혁하자! vs 여권: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재벌 총수를 구속하냐! 경제 악화된다!
뭐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대체로 전쟁 시 우두머리가 죽는 경우 군의 전체적인 사기가 떨어지듯이...
우리나라 여론은 대체로 같은 논리로 재벌을 대하는 것 같다.
재벌 총수가 감방에 가면, 해당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다. 삼성은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잘 못나가면 하청에 하청에 하청... 중소기업도 함께 어려워진다.
결국, 대한민국 경제가 위험하다!
정말 그럴까? 궁금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궁금했을 부분을 JTBC에서 팩트체크로 긁어줬다.
[팩트체크] 대기업 총수 수사, 경제에 악영향 주나?
출처 : JTBC 뉴스
원본 링크 : 클릭 ▶
결론은, 총수 한명 구속된다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
그래,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그리고 삼성이 어떤 기업인데
이재용 한명 구속된다고 휘청거리지 않는다.
애초에 기업에서 내리는 결정들은 총수 혼자하는게 아니고 혼자해서도 안된다.
(뭐 지금 문제는, 그런 이유로 파생되긴 했지만)
이재용은 그냥 총수고, 대주주일뿐 "주인"은 아닌것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법조계도 팽팽 "가능성 반반"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클릭 ▶
그렇다면, 조의연 판사는 왜 구속 영장을 기각 하였는가?
판사도 사람이다. 아마 전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이번 판결에 조의연 판사도 고민과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이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 죄목이 뇌물수수혐의인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보면 혐의가 있는거고, 저렇게 보면 혐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조의연 판사는 선택을 했어야 했고, 사람다운 선택을 했다.
조의연 판사도 사람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영웅이 아니다. 배트맨도 아니고 홍길동도 아니다.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되는 상황에서... 그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지금, 굳이 대기업들로부터 등을 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고, 지금 받는 비난은 다른 이슈들에 묻히거나 시간이 해결해준다.
하지만... 누구나 행복했던 기억보단 안좋은 기억이 오래가듯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면 반기업 판사로 낙인이 찍히고...
그럼 분명 삼성 쪽에서 모든 술수를 동원해서 불이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본인이 받는 불이익의 강도와 정도는 "기각"이 덜하다.
아마도... 이런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판결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시스템, 체계"이 필요한 것이다.
풀어 얘기하면 개개인이 스스로 도덕적이거나 유불리, 윤리적인 고민을 할 수 없도록 좀 더 정교한 체계가 필요하다.
개혁이 되더라도 사람이 안바뀌면 개혁도 안된다.
사람보다는 체계나 제도를 바꾸는게 더 쉽다.
예를 들어 보자.
음식물이 세 입 남았다. 지하철이 온다.
음식물을 들고 타는 사람은 제도(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니 고민한다.
'그냥 탈까? 사람들한테 냄새 풍길 텐데... 다 먹고 탈까?'
'가만, 음식물을 타면 안된다는 제도(법)가 있나?'
음식물을 들고 타면 냄새 때문에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다. '음식물 들고 타는게 어때서? 나도 가끔 타는데'
뭐 그리고 어떤 누군가는 가끔... 비난하기도 한다.
"이봐! 다 같이 공공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에 냄새나는 음식물을 들고 타면 어떻게 하나!? 상식이 없구만!"
그러니까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그렇지만 괜찮다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이니까. 그 외에 불이익은 내게 없다.
제도, 시스템,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온다.
사회를 바꾸기 위한 개개인의 도덕적 부담을 줄여주고 (고민할 필요 없이 도덕적 행위를 하게끔 하고)
개인이 바뀌는 것보다 빠르게 사회가 개혁될 수 있다.
<지하철에 음식물 들고 탑승 시 벌금 5만원>
음식물이 세 입 남았다. 지하철이 온다.
'그냥 먹고 타야겠다.' → 쾌적한 지하철 보장
공공의 선을 지켜주고,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개인이 도덕과 비도덕 사이에서하는 고민을 없애주는 제도.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김영란 법"이다.
접대/청탁 횡횡, 비도덕한거 알지만 나도 할 수밖에 없네. → 법 제정 → 법을 핑계로 안사주면 된다. → 청렴한 사회
뭐 어찌됐든. 그래서 3권 분립이니... 사법부의 독립 등 다양한 체계를 구축했지만
그 체계 끝에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지금 이 사단이 난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다음 대선은 이런 고민에 기반한 정책 아이디어로 경쟁하길 바란다.
웃긴 것은, 박사모나 친박 인사들이 기각 판결에 대해서 반긴다는 것이다.
박사모, ‘이재용 영장 기각’ 조의연 판사에 “현명한 선택…난세의 영웅 탄생” 환호
출처 : 동아일보
원본 링크 : 클릭 ▶
이재용 구속은 박근혜 탄핵 심판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이재용이 구속되지않는 것이 탄핵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재용이 구속된다면 "대가성"을 바라고, 스스로 재단 출연금을 주고 정유라를 지원해준 그림이 되지만
오히려 지금은 대가성을 바란게 아니라 "대통령이 내라 그래서 냈다"는 식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 진짜 똥멍청이들이다.
'진지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원순, 대선 불출마 선언… 묘수 투척! (0) | 2017.01.26 |
---|---|
썰전 202회, 보수의 가능성(?)을 보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0) | 2017.01.22 |
반기문의 어이 없는 친서민 코스프레 (0) | 2017.01.16 |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대한민국 단체식사문화에 대한 단상 (0) | 2016.09.01 |
대통령의 이철성 경찰청장 공식임명, 왜? (0) | 2016.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