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12몽키즈] 타임패러독스와 예언

BlueBurner 2017. 10. 25. 21:42

 저는 SF, 시간여행 영화를 좋아합니다. 해당 장르 중 수작으로 꼽히는 "12몽키즈" 를 봤습니다.
브루스 윌리스, 브래드 피트 주연. 브래드 피트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도 역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눈동자 위치까지 연기를 한 것인지... 진짜 정신 병자 같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와 미래를 왔다갔다 합니다. 미래에서 인류는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로 50억 명이 죽고 그 바이러스를 피해 지하에 숨어, 간신히 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몇몇 범죄자들을 선택하여 미래로 보내 바이러스의 원인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선택된 브루스 윌리스가 과거이자 현재... 로 돌아와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은 다른 시간 여행을 소재로하는 영화들에서 많이 볼법한 것 들이었습니다. 세계 대전 시기로 불시착한 브루스 윌리스는 총을 맞고 다시 1990년대로 옮겨와 영향을 끼치는가 하면 1990년대 남긴 전화메시지를 미래에서 확인하여 다시 현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일직선 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도 한 시점의 어떤 사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위들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타임 패러독스, 할아버지의 역설은 과거에서 내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는 나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시간 관념은, 애초에 내가 미래에서 존재한다면, 아무리 과거로 거슬러가 내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는 저지려고 한들, 그 과거의 행위조차 내 존재를 정당화 해줍니다. 미래의 나를 지우기 위해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과거로 가면 반드시 실패하거나 그 과거로 간 내가 결국은 나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된다는 거죠. 니체의 영원회귀가 떠오릅니다.그러나 인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들의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려 합니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어떤 것이 진짜 "현재"인지, "현실"인지 고통스러운 혼동을 겪는 브루스 윌리스는 결국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변하지 않아. 변할수가 없지. 그렇지만 우리들이 변하기 때문에 볼때마다 다르게 보이는거요. 계속 다르게 보인다구."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이는 것이... 영화의 시작은 한 정신 분열증 환자의 증언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의 책 사인회에서 한 경고론자의 비판. 정신 병원에서의 브래드 피트의 대사들. 모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예언들은 모두 사실이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미래의 일을 모두 보고 온 자들이 던진 이야기라면 그 말이 현재에 와서 전해졌기 때문에 영향을 끼쳐서 미래를 바꾸었고, 그로 인해 예언은 실행되지 않았고... 예언자들은 미친사람 취급을 받는... 예언이 틀리는 이유는 예언이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대사들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것도 게임, 저것도 게임, 게임이 많지.
게임을 하면 바보가 돼버리거든, 자진해서 진정제를 먹는거나 마찬가지야. 너한테도 벌써 약을 줘서 통제를 하고 있을걸.

하지만 여기까지 온건 그 때문이 아니야. 잘못된 체제 때문이지. TV는 저 쪽에 있어 모든 게 다 그 속에 있지.
보고 듣고 무릎 꿇고 기도하라. 광고들을 봐. 우린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모두 자동으로 생산되거든
그럼 우린 뭘 하냐고? 우린 소비자들이잖아. 물건을 많이 사들이면 우린 좋은 시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뭐가 되겠어? 정신병자가 되는 거야. 
제임스, 이건 사실이야 화장지, 새 차, 전기로 작동되는 성기구, 뇌에 삽입하는 스테레오, 레이더가 장착된 공구나 음성 자동 컴퓨터를 안 사면... 

외부인들을 우리에게서 보호하려는거야, 그들이나 우리나 미친건 마찬가지인데

미친게 뭔지 알아? 다수의 법칙과 같은 거야. 병균을 예로 들어 볼까? 18세기엔 병균이란 말 자체가 없었더. 그런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
제정신이라면 말이야. 근데 한 의사가 나타났어. 세멜웨이즈! 그는 다른 의사들한테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병균이라는 것들이
육체에 침범해 병을 일으킬 테니 손을 잘 씻고 환자를 돌보라고 했지. 사람들은 '저 사람이 미쳤나? 아주 작은 병균이라고?' 하면서 그를 놀려댔지.

옳고 그른걸 가늠하는 건 사회 통념이야.

그래 난 정신병자야! 날 뛰는게 정상이라고!

 그리고 영화를 보며 깨달음을 얻은 브루스 윌리스에게 캐서린(정신과 의사)이 해주는 한 마디.

이미 일어난 일이라 아무것도 바꿀수 없다면 , 꽃향기라도 맡아야죠

 이 대사에서 다시 한번 니체의 영원회귀를 떠올려봅니다. 니체의 철학은 정말 여러 곳에서 엿볼수 있습니다.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