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지한 일상

170319 서울국제마라톤, 10km 완주~!

88회 서울국제마라톤, 10km 완주!

 신청해뒀던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2개월 정도 전에 신청을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벌써 이 정도 흘렀다니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지난 주 일요일에 선행연습을 했기 때문인지, 짝꿍도 나도 완주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1시간 30분에 10km 정도 쯤이야 훗. 이렇게 마음이 넉넉해져서 였을까. 아침부터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집결 시간에 거의 간당간당하게 도착했다. 10시 15분 쯤에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안내 센터로 직행해서 배 번호와 티셔츠를 받았다. 물품 보관 관련 문의를 했더니... 9시 50분까지 맡겨서 불가능하다고 대답을 해줬다. 마음이 급했던 우리는 그 이후의 해결책은 더 물어보지도 못하고 지하철 물품 보관소를 떠올리며 황급히 이동했다. 지하철 역으로 이동하는 중, 왼편으로 짐차에 짐을 싣는 것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가면 우리 짐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곧장 짐차로 가서 짐을 싣고 계시는 직원 분에게 문의를 했다 여기다 짐을 맡겨도 되냐고. 직원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고, 직전에 안내 센터 직원이 보여줬던 단호함에 실망할 겨를도 없이 짐을 싸서 짐차레 실었다. 한숨 돌렸다.

 짐을 맡기고 다시 출발 장소로 향하면서, 나는 왜 배 번호와 티셔츠를 현장 수령으로 신청을 했으며... 물품 보관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는지... 자신을 한탄했지만 그것도 잠시, 수 많은 사람들이 푸른 마라톤 티셔츠를 입고 서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웃으며 몸을 푸는 광경을 보면서 귀에 신나는 비트가 들어오면서 지난 힘겨움이 싹 잊혀지면서, 기분은 들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긍정적인 생각이 샘솟았다. 역시 늦지 않았고, 짐도 무사히 맡겼으며, 미리 복장을 갖추고 온 것과 B그룹으로 신청한 덕택에 10분의 여유 시간을 더 벌수 있어서 몸도 살짝 풀면서 출발한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역시나 나는 운이 좋다.

 출발지에서는 하하가 와서 참가자들의 흥을 돋궈주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출발을 하려고 하니, 점점 몸이 달아오르고 신이 나기 시작했다. 짝꿍 역시 그래 보였다. 그렇게 출발했다. 속도와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최대한 걷지 않고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 목표는 내가 혼자 삼았던 목표였다. 지난 주 예행 연습을 했을 때 꽤 힘들어하던 짝꿍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런 목표를 함부로 얘기할 수 없었다.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았던터라 아주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매번 혼자 달리다가 사람들 틈 속에서, 도심 속에서 달리니 기분이 더 좋았다. 그리고 땀이 흐르며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내 신체를 느끼니,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1km, 2km, 3km... 쭉쭉 달려 나갔다. 풍경이 바뀌고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하니 확실히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짝꿍의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의외로 잘 달려준다. 그렇게 5km, 6km를 지나면서도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런닝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혼자 삼았던 목표를 공유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지금 페이스로 최대한 걷지말고 골인해보자. 짝꿍도 자신이 붙었는지 흔쾌히 승낙해줬다.

 괜히 힘들게 데이트 코스로 이상한 것을 준비하고 제안한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짝꿍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행복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메달을 받아 들자, 성취감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골인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있었고, 풀코스 러너들과 함께 골인을 해서였는지 병목현상이 꽤 심했었다. 여기 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 틈에 섞여서 간식을 받고, 짐을 다시 찾았다. 진짜 끝이 났다! 짝꿍도 꽤나 만족한 눈치였다. 앞으로 함께 마라톤이나 등산을 취미활동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짜증내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내가 정말 유난 떠는 것은 아닌지 걱정 많이 했었는데, 다행이다.

 러닝은 취미로 열심히 갈고 닦아서 내년에는 하프마라톤을, 그리고 언젠간 풀코스를 완주하리라. 풀코스르 러너들 중에서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많이 보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자극을 받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건강한 신체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서둘러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생활과 일상을 재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근처 신천 맛집 골목에서는 늘푸른목장이라는 소고기 집을 찾았다. 맛집이라길래 찾아서 가봤는데, 소 갈비살의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너무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위시리스트에 추가해놓고 갈비살이 생각날 때마다 가야겠다. 가득찬 주말이었다.